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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가루는 없다(feat. AIS 스포츠 보조제 등급)

"쌤, 밥 먹기 너무 힘든데 그냥 게이너(Gainer) 마시면 안 되나요?" "보충제 뭐 먹어야 빨리 커지나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마음은 이해한다. 씹는 건 고역이고, 거울 속 내 몸은 여전히 젓가락 같으니 '마법의 물약'에 기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게이너는 안 된다. 그건 그냥 설탕 덩어리(말토덱스트린)다. 안 그래도 예민한 여러분의 췌장과 혈당을 박살 내고, 근육 대신 올챙이배만 선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호주스포츠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Sport, AIS)
우리는 '카더라' 통신이 아닌 '과학'을 믿는다. 호주스포츠연구소(AIS)에서는 전 세계의 수많은 논문을 분석해 효과가 검증된 성분을 'Group A'로 분류한다. 수천 가지 보충제 중, 우리 같은 '메루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딱 6가지뿐이다.
무작정 때려 넣지 말고, 내 몸의 '병목구간(Bottleneck)'을 뚫어주는 전략적 도핑을 시작해 보자.

1. 밑 빠진 독, 수리 키트 (소화 & 흡수)

식비로 월 50만 원을 쓰는데 체중은 그대로다? 많이 먹는 게 능사가 아니다. '흡수’ 를 못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마른 사람의 1순위 문제는 '위장'이다.
소화효소 (Digestive Enzymes)
역할 : 우리 몸속의 가위다. 탄수화물, 단백질을 잘게 잘라준다.
식사량을 조금만 늘려도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분들. 위장이 파업하지 않게 외부 일꾼(효소)을 투입하자.
유산균 (Probiotics)
역할: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장)를 튼튼하게 만든다.
우유만 마시면 화장실로 직행하고, 툭하면 설사하는 '개복치 장' 소유자들. 장내 환경이 척박하면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흡수가 안 된다.

2. 유일하게 허락하는 '근성장' 치트키 (근력)

밥 먹는 힘(소화력)을 키웠다면, 이제 쇠질 하는 힘을 키울 차례다. "어제와 똑같은 무게"는 "어제와 똑같은 몸"을 만든다.
크레아틴 (Creatine Monohydrate)
팩트 :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많이 연구된 효과 만점 보조제다. 근육 내 에너지(ATP)를 재충전해 5개 들 걸 6개씩 들게 해준다.
메루치 필독: 크레아틴은 근육 내에 수분을 가둔다(수화 작용). 섭취 시 체중이 즉각적으로 1~2kg 늘고 근육이 빵빵해 보인다. (물론 수분이기에 근육은 아니다) 크레아틴은 가성비 최고의 선택이다.
[섭취 가이드]
방법 1 (빠른 효과 - 로딩기): 하루 20g씩(5g x 4회) 5~7일간 섭취.
장점 : 근육 내 크레아틴 수치를 단기간에 포화시켜 1주일 만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방법 2 (꾸준함 - 유지기): 하루 3~5g씩 매일 섭취.
장점 : 28일(약 4주) 뒤면 로딩기와 똑같은 포화 상태가 된다. 위장이 예민해 한 번에 많이 먹는 게 부담스럽거나, 급할 게 없다면 이 방법을 추천.

3. 죽을 것 같을 때 하나 더 (지구력 & 수행능력)

여기서부터는 선택. 운동 강도가 높지 않은 초보자는 굳이 필요 없지만,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은 '열정 메루치'들을 위한 보조제들.
베타알라닌 (Beta-Alanine)
팩트 : 고강도 운동 시 근육이 타들어 가는 느낌(젖산)을 지연시켜 준다. 10회 이상 반복하는 고반복 훈련이나 세트 후반부에 "악!" 소리 내며 하나 더 밀게 해주는 지구력 치트키다.
특이점 : 먹으면 피부가 따끔거리는 현상(Paresthesia)이 발생하는데,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섭취 가이드]
얼마나: 하루 3.2 ~ 6.4g.
언제: 운동 30분 전 혹은 식후. (크레아틴처럼 몸에 축적시켜야 효과가 나므로 매일 먹는 게 중요하다.)
꿀팁: 따끔거림이 너무 싫다면 하루 3~4번 나눠서 소량씩 섭취해라.
카페인 (Caffeine)
팩트 : 뇌의 피로를 느끼는 수용체를 차단하여, 힘든 훈련을 '덜 힘들게' 느끼게 한다. 집중력과 각성 효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루치 필독 : 잠을 못 자면 근성장도 없다. 저녁 운동러라면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용량을 줄이자
[섭취 가이드]
얼마나 : 체중 1kg당 3~6mg. (예: 60kg 성인 기준 180mg~360mg.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약 150mg이다.)
언제 : 운동 시작 30~60분 전. (혈중 농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
질산염 (비트루트)
팩트 : 우리 몸에서 일산화질소로 변환되어 혈관을 확장시킨다.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콸콸 쏟아붓는다.
핵심 : 헬스장에서 흔히 먹는 'L-아르기닌'은 흡수율 이슈가 있다. 과학적으로는 아르기닌 대신 질산염(비트루트)을 먹는 것이 혈류량 증가에 훨씬 효과적이다.
[섭취 가이드]
얼마나 : 질산염 기준 300~600mg. (비트루트 즙이나 농축액 제품을 추천한다.)
언제 : 운동 2~3시간 전. (섭취 후 몸에서 변환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운동 직전에 먹으면 효과 없다.)

[결론 : 우선순위를 정해라]

다 사서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린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본인의 상태에 맞춰 딱 필요한 것만 고르자!
1.
Level 1 (소화불량 메루치): 밥 먹으면 배 아프고 설사한다 소화효소 + 유산균 (이게 해결 안 되면 딴 거 다 필요 없다는 것)
2.
Level 2 (정체기 메루치): 밥은 잘 먹는데 근육이 안 큰다 크레아틴 (매일 3~5g 꾸준히!)
3.
Level 3 (상급자 메루치): 운동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고 싶다 베타알라닌 + 카페인
결론 (Conclusion) 보조제는 말 그대로 '보조(Supplement)'일 뿐이다. 중요한건 언제나 '하루 3끼 꼬박 챙겨 먹는 성실함'이다. 본질을 놓치지 말자. 숟가락 들 힘이 있다면 밥 한 톨이라도 더 씹자!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오늘도 건강하게 살 찌는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