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쪄.’ 이 말을 들은 우리 메루치(멸치)들은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피자를 마셔도 살이 안 찌던데...’
인류 역사상 가장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왜 나는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가?'에 대해 메루치양식론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의 몸은 잘못되지 않았다. 당신의 '착각'이 문제일 뿐.
1. 주관적 폭식의 함정 (The Delusion of Gluttony)
메루치들을 상담해보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말한다. ‘저 진짜 많이 먹어요.’ 하지만 그들의 식단을 털어보면(말 그대로 탈탈 털어보면)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그들이 말하는 '많이'는 '한 끼'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점심에 뷔페 가서 세 접시를 먹고 배가 터질 것 같아 저녁을 굶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제 너무 많이 먹었어"라며 가볍게 우유 한 잔을 마신다.
이것은 많이 먹는 게 아니다. 그냥 '간헐적 폭식'이다. 우리 몸은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영양소의 양이 정해져 있다. 댐에 물을 한 번에 쏟아붓는다고 수위가 유지되지 않는다. 다 흘러넘칠 뿐. 당신의 잉여 칼로리는 변기로 떠내려갔다.
2. 페라리 엔진을 장착한 경차 (High Metabolism)
다리 떨기, 손가락 까딱거리기 등 비자발적 활동을 NEAT라고 한다
당신은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태우는 용광로 같은 몸을 가졌다. 의학적으로는 기초대사량이 높다고 하겠지만, 양식론적으로는 '연비가 안 좋은 차'라고 부른다.
메루치들은 대개 예민하다.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잘 받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다리를 떨거나, 펜을 돌리거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심지어 잠잘 때도 뒤척임이 심하다. 이를 비자발적 활동(NEAT)이라고 한다. 남들이 2000kcal를 쓸 때, 혼자 2500kcal를 태워버리니 웬만큼 먹어서는 본전 치기도 힘들다. 인정하자. 당신은 고급 휘발유를 쏟아부어야 겨우 굴러가는 슈퍼카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이 선천적인 차이가 무지막지하게 크진 않다는 것이다. 기초대사량의 경우 최대 10~20%, 비자발적인 활동(NEAT)은 15~30%라 충분히 의식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3. 유리 위장의 비극 (The Glass Stomach)
살을 찌우겠다고 억지로 라면 두 개에 밥까지 말아 먹은 날을 기억하는가? 그날 밤, 당신은 화장실에서 '초기화(Reset)'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메루치들의 위장은 유리와 같다. 조금만 기름지거나 과식하면 바로 탈이 난다. 소화기관이 영양분을 빨아들이기도 전에 밖으로 배출해 버리는 것이다. 먹는 양(Input)은 중요하지 않다. 몸에 남는 양(Keep)이 중요하다. 설사를 했다면, 그날 당신의 노력은 수채구멍으로 사라진 것이다.
양식론적 결론 (Conclusion)
살이 찌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은 생각보다 적게 먹고, 생각보다 많이 움직이며, 생각보다 흡수를 못 시킨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메루치 탈출'의 시작이다. 한 번에 많이 먹으려 하지 마라. 우리는 소(牛)가 아니다. 위장이 쉴 틈을 주지 말고 조금씩 야금야금,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거창한 식단 보다 중요한건 일단 먹는 것이다. 당장 편의점에 가서 삶은 계란이나 두유라도 하나 사서 입에 물어라. 그 사소한 한 입이 당신을 거대하게 만들 것이다.






